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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사랑 칼럼

제목 한번에 한 계단씩
작성자 관리자
조회 2332

장면1. 

6살 재훈이가 엄마 손에 이끌려 진료실에 들어왔다

엄마의 걱정은 아이가 너무 산만해서 유치원에서 자꾸 지적을 받더니,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유치원을 가기 싫다고 징징거린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있어서 오전에는 영어로 수업하고 오후에는 한글과 셈하기 수업을 4시까지 해야 하고, 유치원이 끝나면 미술학원에 갔다가 태권도까지 하고나면 저녁 7시에 집에 들어온다. 저녁 8시만 넘어가면 아이는 피곤해 하며 자려고 하고 엄마는 영어숙제 뿐 아니라 한글과 숫자 관련 학습지 두 가지를 더 시키고 재우려고 날마다 아이와 씨름을 한다.

놀이관찰, 부모 상담 및 심리검사 결과 재훈이는 머리도 좋고 활발한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였고, 단지 한창 또래와의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도성과 사회성 등을 배우는 놀이가 곧 공부인 시기에 너무 학습 위주로 아이를 몰아간 것이 문제였다. 재훈이는 놀이 위주의 일반 유치원으로 옮기고 오후에는 미술학원과 태권도를 빼고 동생과 뒹굴며 노는 등 자유놀이 시간을 늘린 후에는 징징대는 것도 없어지고 유치원도 아주 즐겁게 잘 다니게 되었다.

 

장면2. 

초등학교 5학년 수미는 수업 중에 멍하니 집중을 못하고 무기력하며 머리가 아프다고 자주 양호실을 찾는다며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집 근처의 종합병원에서 MRI를 포함한 종합검진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나와 소아정신과에 의뢰 되었다. 아이와 부모 상담 및 심리검사 결과 소아 우울증으로 진행 할 위험이 높은 상태로 나와 상담을 시작하였다. 우선 아이의 방과 후 활동을 점검하였는데 매일저녁 9시까지 4개의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멀리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 중학교 과정의 수학 학원이었고 영어나 논술 학원도 학습 수준은 중 1-2학년 과정이었다. 수미엄마의 주장으로는 중학교가서 영재반에 들어가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한다는 학원 원장님의 말씀도 있었고 주변의 아이들도 대부분 지금부터 중학교 과정을 준비하고 있어서 또래 아이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하였다. 자신의 수준보다 훨씬 높은 학원의 학습에 아이는 지칠 대로 지쳐서 학교의 정규 수업시간에 까지 영향을 끼쳐 그렇게까지 집중 못하고 무기력하며 두통으로 힘들어했던 것이다. 일단 학원은 아이가 좋아하는 한곳만 다니기로 하고 다른 과목은 아이 스스로 정한 학습지로 대체하였으며 방과 후 배드민턴 교실을 신청하였다. 3개월간의 상담을 마치고 지금 수미는 머리가 아프지도 않고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며 학습지도 밀리지 않고 제때에 해낸다.

 

 

 

프로이드나 에릭슨, 피아제 등의 학자들이 아이들의 발달을 정신분석적, 사회적, 인지론적인 관점에서 각각 설명을 하였는데 공통된 결론은 아이들의 발달은 계단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계단마다 꼭 하고 넘어가야할 숙제가 있으며, 그 숙제가 이루어져야만 그 다음의 발달단계로 넘어 갈 수 있다는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 한번에 한 계단씩 차근차근 올라가야 하며 발달과제를 빼먹고 올라가면 나중에 커서도 언젠가는 숙제를 안 하고 넘어간 발달 단계로 퇴행을 하며, 반대로 억지로 발달을 앞당기려고 다음 단계의 발달과제를 먼저 시키면 아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등 적응을 못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기교육이 아니라 적기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적인 배경이다. 때가 되면 힘들이지 않고도 쉽게 아이가 학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데 뭐 하러 남보다 앞서가려고 앞당겨서 일찍 시켜 돈은 돈대로 들고 아이는 아이대로 고생을 시킨단 말인가? 그리고 아이가 받아들이는 그 라는 것도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인지학자, 교육학자들이 연구해서 그 나이에 받아들이기 적절한 학습 교과과정을 다 만들어 놓았고 아이는 그 과정을 순서대로 성실히 따라만 가면 되는데 말이다. 물론 그중에는 생물학적 나이보다 인지 발달이 훨씬 앞서가는 아주 소수의 영재가 있기는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을 그 소수의 영재아이처럼 2-3년씩 앞서가는 조기교육을 시킬 수는 없지 않는가? 한 아이가 태어나서 자연스러운 과정들을 거쳐 가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 아이를 둔 모든 부모들의 바램이다. 모든 면에서 앞서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아이의 성장을 인위적으로 앞당기려 할 때 아이들의 마음은 병들어간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교육 경쟁력 향상을 통해 사교육비를 경감 시키겠다고 발표하였는데 원칙은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여서 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겠다.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