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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사랑 칼럼

제목 처음처럼
작성자 관리자
조회 1278

매일 진료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을 만난다.

아이가 말이 늦거나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해서 걱정인 경우, 주의가 산만하고 나대서 문제가 되는 경우, 머리가 좋은 줄 알았는데 아무리 시켜도 성적이 안나오는 경우 등등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 들을 호소한다.

 

그 중에서 가장 상담이 힘든 경우는 - 아이에게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아이에 대한 부모의 양육 태도나 시각에 문제가 있어 아이를 문제시 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3 ~ 6 살 무렵의 아이는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만지고 탐색하는 등의 나이에 맞는 적절한 산만함을 보이며 매사에 느긋하고 즐거운데, 엄마는 깔끔하고 완벽하면서 급한 성격이면 엄마는 아이를 힘들어한다. 엄마는 자기방식으로 항상 한걸음 앞서 시키면서 조바심을 내지만 아이는 느릿느릿 만사태평이면 사사건건 아이와 부딪치다가 급기야는 병원에 데려온다. 이 때쯤이면 아이와 엄마의 사이가 아주 나빠져 있어 상담을 하면서도 공공연하게 아이를 비난하며 아이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힘드는 지를 구구절절하게 하소연한다. 그럴 때면 나는 넌즈시 엄마에게 물어본다. ‘ 아이를 낳으려고 해서 낳았는지?.... 막 낳았을 때의 처음 느낌은 어땠는지?’ 그러면 십중팔구는 물론 원해서 낳았고... 이 아이를 막 낳았을 때는 너무나 기뻤다고 대답한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나는 아이엄마에게 말해준다. ‘막 낳았을 때의 처음처럼만 아이를 대하시라고... 아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모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이니 엄마의 방식대로 키우지 말고 아이의 발달 속도를 기다려 주고 아이의 기질에 맞춰 키우자고.... 그리고 그 자체를 즐기시라고...’

 

벌써 한해가 저물어 간다. 올해 일년을 어떻게 지내왔는지 나름대로 내 자신의 생활을 정리 해보다가 문득 오래전에 어느 TV에서 나왔던 처음처럼이라는 공익광고가 생각났다. 처음 일을 시작하는 선생님, 간호사, 회사원 들이 오버랩 되면서 처음의 각오를 이야기 하는 장면이었는데 참 공감이 갔고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병원에 오는 아이들의 부모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21년 전 대학을 졸업하면서 의사선서를 할 때의 각오를.... 결혼 서약 할 때의 남편에 대한 애뜻함을... 부모 품을 떠나 각자 객지에서 혼자 생활하는 내 아이들에 대한 처음 마음을.... 올해 첫날 새해를 맞이하면서 내 자신에게 스스로 다짐했던 일상생활에서의 약속들.... 등등 초심의 마음을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반문해 본다. ... 부끄럽다.